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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21

삼국지를 읽고서



황석영 삼국지를 읽었다. 아주 어렸을때 소년 삼국지 몇편을 읽은 적이 있었다. 완역으로는 정비석역와 역자를 기억할 수 없는 다른 삼국지를 하나더 읽었었는데 의고체 어투들이 많았다고 기억한다. 황석영의 삼국지는 저자 특유의 매끄럽고 간결한 문체 덕분에 싸움의 장면은 박진감이 넘쳤으며 에피소드들의 의미를 반추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때는 삼국지를 읽으며 유비, 관우, 장비 의형제들의 매력에 푹 빠졌었다. 이번에는 유비 삼형제와 전투 장면들보다는 전략(실은 계략이 더 옳을 것이다)들이 재미 있었다. 더 재미 있었던 부분들은 주군과 부하장수, 모사들의 관계, 나라간 외교적 결정등 사람과 사람들 관계를 들여다 보고 그 관계를 해석해 보는 것이 재미 있었다. 재미를 느낀 많은 부분들은 다른 말로는 정치적인 부분들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특히 종회와 등애의 삽화는 매우 강렬하게 다가 왔다. 명문이라 소문난 공명의 출사표를 읽을 때의 생생함이 등애가 성도를 취하고 올린 조서에서 또한 살아 숨쉬는 호흡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중요한 사건에 대한 신문기사를 보는 것 같았다.

기업을 나라에 빗댄다면 조서나 표는 품의서에 해당 할 것이다. 직장 초년병 시절 오사장은 내게 삼국지나 손자 병법이 오늘날에도 인기가 있는 이유는 여전히 현실에 유효하기 때문인데 나라가 기업이라면 주군은 사장이다 라고 한말은 탁월한 설명 이었다. 고대의 나라 경영이던, 기업의 경영이던, 현대 국가의 정치를 아우르는 공통점은 인간의 본성은 변하지 않았으며 행동 양식의 근본 역시 유사 하다는 것이었을 것이다.

변한 것이 있다면 현대에는 생명의 귀중함을 깨닫게 되어 처벌로 머리를 베지는 않는다. 그 시대에는 쉽게 머리가 베어지는 세상이어서 그랬는지 목숨을 버려 대의를 지키는 경우도 많았던것 같다. 반대로 현대에는 20,000호의 식읍을 상으로 내리지도 않는다. 2000년전에는 단순 했고 맹쾌했던 초창기 문명은 복잡하고 교묘해 졌다. 한편으로는 씩씩하고 혈기방장한 청년이 노회하고 음흉스러운 노인이 된것이 아닌가도 생각을 해 본다. 내 아무리 과거의 좋았던 점을 부러워 한다 해도 나는 이시대에 속한 평범한 사람으로써 더 많은 문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 만큼 더 많은 함정과 책임이 뒤따를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장난감이 많아져서 놀기도 바빠졌다고나 할까?)

다음에는 이문열 삼국지를 읽어 볼 생각이다. 평역이라 하여 더 좋아 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문열이라 하여 더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난 후자쪽에 속하는데 읽어 보고 나서 평가해도 늦지 않으리라. 사보기는 아깝고 빌려볼 생각이다.

3 Comments:

At 7/22/2006 10:30 PM, Anonymous Anonymous said...

황석영의 삼국지를 저 또한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이문열의 삼국지는 읽어봐야지 하면서도 아직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헌책방에서 사볼까 하는 생각은 늘 하고 있습니다만. 미적거리는 이유는 이문열의 '아니면 말고'가 싫어서 미적미적하고 있습니다.

 
At 7/24/2006 12:30 AM, Blogger Raphael CH Lee said...

삼국지는 읽을 때마다 재미있습니다. 사서삼경을 읽다 밀쳐두고 삼국지를 탐독하던 옛 서생들을 생각해 봅니다. ^^

 
At 7/24/2006 1:55 PM, Blogger Raphael CH Lee said...

마침 동생이 이문열 평역을 가지고 있어서 바꿔 보기로 했다. 내 것은 벌써 배달해 줬다. 동생이 한참 재미 있다가 툭끼어드는 이문열의 견해가 신경질 났다고 했는데 뭔생각을 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미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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