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CKWIZ day

EASY communication way with my friends now and myself in the future.

2006-05-09

식구들과 다시 오르다

(2/2)

아침을 먹고 싫다는 가은이와 경은이를 달래서 데리고 집사람과 함께 다시 나섰다. 날씨가 여전히 맑았다. 자연은 좋은 교과서라 한다. 글로 배우는 것 보다 몸으로 배우는 것들이 오래 간다고들 한다. 좋은 날씨아래 경관을 식구들과 같이 하고 싶은 것에 더해 가은이 경은이 에게 교훈을 주고 싶었다. 그런 구경을 하려면 땀를 흘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걸은지 얼마 되지도 않아 두 딸아이들이 경쟁적으로 불평을 늘어 놓기 시작한다. 아침에 호연지기를 길러서인지 적당한 때에 산들 바람이 불어 와서 인지 딸들의 불평이 귀여운 지저귐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딸들이 몇번씩 주저 앉고 걷기를 반복하다 계곡 건너 잘 생긴 바위가 펼쳐지고 저아래 산밑에는 할아버지가 살고 계신 청학리가 내려다 보이는 마당 바위에 도착했다. 때 마침 산들 바람이 불어 온다. 카메라를 배낭에서 꺼내 들었다. 바위은 평평한듯 아래로 낭떨어지를 만들고 있었다. 프레임을 잡으며 뒷걸음질 치니 딸들이 소리를 지른다. 아빠가 낭떨어지로 떨어지는 줄만 알고 있었다. 떨어진건 아빠가 아니고 카메라에 쏟아진 물인것을 그 들은 모른다. 배낭 속에서 뚜껑이 덜 닫힌 물병에서 떨어진 물이 카메라를 목욕을 시킨 것이다. 자동 촛점이 동작이 안된다. 그리고 이내 조용히 동작을 멈추었다. 카메라가 사망전 남긴 사진은 그런대로 괜찮았다.아쉽지만 봄나들이의 추억과 예쁜 딸들의 모습은 마음에 담아야만 한다.



널찍한 바위에 앉아 산들 바람과 경치를 즐기며 새하얀 뭉게 구름을 구경한다. 가은이와 경은이가 구름의 모습이 슈퍼맨에서 잠든 양으로 변했다는둥 구름을 보고 흥분하다 시피 떠들어 댄다. 가은이는 벌은 물론 이고 파리도 무서워 한다. 벌레라면 까무러 칠 지경이 된다. 난 항상 그런 순간 마다 "어울려 사는 세상"이라고 얘기 해주지만 공포에 질린 딸의 귀에 그런 말이 들어 올리가 없다.
엄마가 가은이 어깨에 붙은 벌레를 손가락 위로 옮긴다. 가은이의 비명이 그 보다 조금 더 먼저 터졌으리라.
엄마 손가락 위에 자벌레가 꼼지락 거리며 움직인다. 몸을 오메가 형태로 잔뜩 웅크렸다가, 몸 뒷끝으로만 지지하고 머리는 하늘로 들어 여기 저기 기웃 거리다 머리를 손가락에 다시 대곤, 다시금 몸을 잔뜩 웅크리는데 그 귀여운 모습에 딸들이 반해 버린다. 서로 자기 손에 옮겨 달라고 경쟁을 한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순식간에 벌어 졌고 딸아이들의 두털거림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깔깔거림이 대신 가득 차 있다.
손수건에 물을 적셔 주니 경은이가 에어컨 보다 시원하다고 무척이나 상쾌해 한다.
더 멀리가면 틈이 좁은 바위가 있는데 뚱뚱한 사람은 못지나가고 어린이들은 쏙 지나 갈 수 있는 비밀 통로가 있다고 미끼를 던져 보았다.
좋아라 가자고 한다. 빙고.

올라 갈수록 걷기 힘들었다. 제법 험한 암릉이 시작되었는데 밧줄은 잡고 오르며 깔깔 거렸다. 어느 순간 경은이에겐 가슴 높이의 장애물들이 나타 나더니만 길을 망설이는 아줌마들 옆에 내 가슴 높이의 바위 장애물이 나타났다. 경은이를 번쩍들어 바위에 붙여 놓으니 거미처럼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가은이는 두번째 거미가 되었다. 정상이 가까워 지니 암릉 길은 좁아 지는데 사람들은 급격이 많아져 갔다. 지나가는 사람들 마다 가은과 경은을 보며 저런 어린애들이 하며 지나간 사람만 다섯번이었다. 난 기억을 못하는데 경은이가 세고 있었다. 어느새 노력 끝의 보람이란 교훈은 간데없이 사라지고 등산 투쟁이 시작이 되었다. 심박수는 올라가고 난 아이들의 안전까지 걱정을 하다 보니 신경이 곤두설대로 곤두섰다.
신록을 즐기며 봄날의 아름다움에 취해 있던 집사람도 즐기기에서 견디기 모드로 전환이 되었다.
아이들은 불평을 내놓지도 못했다. 위기 의식을 본능적으로 느낀것 것이리라. 이젠 돌아가지도 못한다. 그 험한 하고 사람들로 번잡한 길을 지나는 것 보다는 더 올라 정상을 거쳐 내원암으로 내려가는 것이 편한 길이 되었다. 우리들 인생이 그러하듯이 어느새 돌아 올 수 없는 길에 들어 섰고 이젠 앞으로 가며 활로를 찾아야 하는 것이었다.

경은이에게는 정말 걷기 힘들 길이었을 것이다. 몇걸음에 한번씩 자기 허리 또는 가슴에 차는 장애물이 나타났으니 말이다. 경은이를 들어 올려 놓고, 들어 내려 놓고, 안고 가다간 내려 놓고 걷게 했다. 가은이는 그래도 언니라고 혼자가 자기 갈 길을 스스로 잘도 간다. 엄마가 손만 잡아 주면 된다. 경은이는 커서 저나이가 되면 그 때도 혼자 걷지 않을 것이다. 5년전 설악산에서도 가은이는 혼자 같고 경은이는 업혀 갔었다. 지금 경은 나이는 5년전 언니 보다 두살이나 많다. 막내는 막내인 것이다.

그런 막내가 손수건을 달라고 한다.
"아빠 땀 딱으세요."아빠 힘들어요? 제가 걸을께요"
조금을 걷다가 기다리고 있는 엄마를 만났다. 막내는 엄마 품에 안겨 조용히 속삭였다.
"아빠가 무척 힘들어요. 땀을 많이 흘려요"

난 힘들지 않았다. 꼬마인줄만 알았던 경은이가 대견하고 불평없이 걷고 있는 가은이가 자랑스러웠을 뿐이었다.

우리 가족은 637m의 수락산 꼭대기를 거쳐 무사히 내려 왔다. 내려와 비로서 가은이가 입을 열었다.
"내 이럴 줄 알았으면 할아버지 집에서 솔이랑 노는 건데..."
경은이도 한마디 거들었지만 상으로 사준 옥수수 먹기에 달콤했으리라.

그 날밤 잠자리에 들기전 가은이는 가은이는 자벌레가 보고 싶다고 했다.
경은이가 말했다.
"아빠 수락산 말고 딴 산에 가요. 수락산 가면 다 가지 말고 계단 바위까지만 가요"

9 Comments:

At 5/12/2006 12:51 AM, Blogger Raphael CH Lee said...

카메라는 무사히 수리가 되었다. 정품인 덕분에 유료 수리인 부분은 마일리지로 해결 했다. 내일 찾으면 반가울 것 같은 기분임.

 
At 5/12/2006 6:17 PM, Blogger Raphael CH Lee said...

그렇지? 방에서 뒹군것 보단 좋은 추억이 될것 같다. 8살 11살 박이들에게는 제법큰 모험이었거든.
교육도 되었음 하는 바람도 어느 정도 이루어 진것 같다.

 
At 5/12/2006 7:58 PM, Blogger Wind Stopper said...

부럽다.. 난 언제나 다들 이끌고 산에 가보나... 카메라가 젖다니.. 충격이었겠군...
-
수리산엘 갔으니.. 다음은 어디..?
근데 수리산은 안양쪽 아닌가..?

 
At 5/12/2006 7:59 PM, Blogger Wind Stopper said...

쏘리.. 수락산이군..
이것도..의정부쪽 아닌가..??

아.. 부모님댁에 갔을때인가보군...

 
At 5/13/2006 5:04 AM, Blogger Raphael CH Lee said...

수락산은 도봉산 북한산을 동서로 마주보고 4호선 상계역 뒷쪽이라고 보면 된다. 얘기 처럼 부모님 찾아 뵙고 수락산 유원지 쪽에서 올랐었다. 조금만 더 크면 얕은 산을 갈 수 있을 꺼 같은데.. 내년이면 가능 하지 않을까?

 
At 5/14/2006 10:57 PM, Anonymous Anonymous said...

예전에 아버님 손잡고 등산했던 기억이 새록새록나네요... 아마도 울 아버님도 같은 생각이었을까요?...저 능선 넘어가면 내리막이라 시원할꺼라는 당근까지 비슷하네요.
가족이란 참 좋아요 그쵸?Hwang@Tokyo

 
At 5/16/2006 11:32 AM, Blogger Raphael CH Lee said...

황상도 공부 마치기 전이라도 가정부터 꾸리지 그래. 공부에도 도움되고 딴짓 안하고..
황상은 결혼하면 무척 가정적일것 같단 생각이 드네.
아즈깡사케를 먹고 싶군 캬~~

 
At 5/26/2006 2:47 PM, Blogger Raphael CH Lee said...

열렬한 독자가 재촉을 해대는군. 대략 난감이네..
바쁘긴 바쁜데 여행 준비 때문은 아니었고 구미로 평택으로 업무를 챙기느라 좀 그랬지.
내게 blog는 어떤 의미를 부여 한다 하더라도 취미의 일종인데 취미란 하고 싶을때 하고 멈춤때 멈출 수 있기에 좋은거 아닌가? 일이야 하기 싫어도 아파도 해야 하는 거구...^^ 내게 여긴 놀이터이니까 억지로 해야할 의무로 삼고 싶진 안타우..

 
At 5/29/2006 8:50 AM, Blogger Wind Stopper said...

기다리는 사람 생각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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